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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윤현종 기자] # 아이는 학교가 싫었다. 집에서 공부하고 싶다며 엄마를 졸랐다. 12세 소년은 ‘남아도는’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소설의 팬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열중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빨리 크고 있는 ‘큐레이션 미디어’사장의 어린시절이다. 바로 에머슨 스파츠(Emerson Spartzㆍ29) 도즈(Dose)창업자다. 대학졸업 직후 도즈를 창업한 그는 6년 만에 동종업계 대명사로 불리는 버즈피드와 경쟁할 정도로 회사를 키웠다. 투자금도 3000만달러 이상 유치했다.



비결이 뭐였을까. 가슴 울릴 만한 얘기를 ‘무한공유’로 퍼뜨린 게 성공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부정적 뉴스를 클릭은 해도 잘 공유하지 않는다”는 스파츠의 지론이 통했던 것.

이 뿐 아니다. 도즈의 놀랄만한 성장 이야기 만큼이나 청년 창업주의 과거도 흥미롭다. 12살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세계 최대 규모 ‘해리포터 팬 홈피’를 만들어 사업에 뛰어들어 떼돈을 벌었다. 스무살도 되기 전이었다. 천재인듯 천재아닌 천재같은(?) 이 젊은이의 정체를 알아보자. 

▶ “이상한 소년”=스파츠는 1987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 리틀야구팀에 있었던 그는 “도루를 잘했다”고 회상한다. 어렸을 적부터 눈치가 빠르고 틈새를 잘 본 것 같다. 그러나 단순한 ‘잔머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야구팀 코치는 그를 못마땅해 했다. 작전을 따르지 않아서다. 스파츠는 “내가 왜 도루를 할 수 밖에 없는지 직접 통계를 만들어 (코치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야구를 관뒀다”고 고백했다.

자기주장이 강한 만큼 조숙했다. 학교는 그의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했다. 결국 12세 때 부모를 설득해 학교를 자퇴했다. 스스로 계획을 짜 홈스쿨링을 택했다.

대신 부모의 권고는 딱 하나였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일 4개씩 읽으라는 것. 스파츠는 “12살 나이에 어른들의 성공스토리를 수백 수천 편씩 읽는 건 버거웠다”면서도 “이 때 생각이 커졌다. 세상을 바꿀만한 힘을 얻고싶었다.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한다.

▶심심해서(?) 만든 해리포터 팬 페이지, 기업으로 키우다=그런데, 어린 나이에 선택한 ‘큰 그림’ 첫 단계는 다소 독특했다. 스파츠는 홈스쿨링을 시작하던 1999년 10월 해리포터 팬사이트 ‘머글넷(Mugglenet)’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단지 스스로 웹페이지를 만들고 싶었다. 소설 ‘해리포터’에 푹 빠져있다보니 팬 사이트를 개설한 것 뿐이었다.


스파츠는 2009년 한 잡지 인터뷰에서 “집에만 있다보니 시간이 많았다. 몇 달 뒤에 해리포터 팬 페이지를 만들었다. 그 땐 이렇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상상 못했다”고 털어놨다. 재미로 만든 팬 사이트는 기업이 됐다. 2004년 해리포터 저자 조앤 롤링(51)이 스파츠의 머글넷을 방문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당시 롤링은 머글넷을 자신의 웹페이지에 소개하며 “훌륭하게 만들어진 머글넷 사이트에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듬해 스파츠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롤링의 집에 초대 받기도 했다. 해리포터 ‘대표 팬’ 인증을 받은 것이다. 

이즈음 머글넷은 세계 최대 해리포터 팬 사이트가 됐다. 2006년엔 월간 페이지 조회 수 2000만 건, 방문자 900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스파츠 등이 쓴 해리포터 관련 책은 35만부 이상 팔렸다. 2007년 뉴욕타임스(NYT)가 뽑은 베스트셀러 반열에도 올랐다. 

사이트가 커지며 ‘머글넷 식구’도 생겼다. 자원봉사자와 고용된 직원을 합쳐 120명에 달했다. 이들과 각종 부대사업을 벌인 스파츠는 2000년대 중반에만 연 수십만 달러씩을 벌었다. 그러나 스무살이 채 안 된 청소년에게 사업체 운영은 만만찮았다. 이미 성인이 된 구성원들을 ‘관리’하는 것부터 벅찼다. 한 때 머글넷 도메인을 도둑맞았다 되찾은 적도 있었다. 

▶사이트 영향력 핵심은 바이럴…‘희망뉴스(?)를 퍼뜨리자’=그러나 그는 “(어려웠던 만큼) 엄청나게 많이 배웠다”고 고백한다. 어린 나이부터 풍파(?)를 겪어서일까.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그리고 바이럴(Viral), 즉 바이러스처럼 삽시간에 퍼지는 입소문은 영향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세계 최대의 해리포터 팬 사이트를 기업체로 키워 본 스파츠였다(지금도 이 사이트는 그의 소유다). 그는 입소문이 널리 퍼져야 어떤 ‘제품(콘텐츠)’이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단 점을 깨달았다.

2005년 대학에 들어간 스파츠는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 할 기술(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개별 콘텐츠가 수백 만개 공유나 팔로잉을 끌어내는 과정을 실험했다.

그 결과 부정적인 것보단 영감이나 희망을 품게 하는 내용이 잘 퍼졌다. 감성을 움직이는 콘텐츠일수록 단시간 내에 공유된단 점도 체득했다. 스파츠는 “페이스북ㆍ트위터 등 어떤 플랫폼이든 원리는 거의 비슷했다”고 말했다. 

2009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같은 해 5월 이같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 이름을 딴 스타트업 ‘스파츠미디어’를 세운다. 현 도즈의 전신. 첫 시도는 ‘희망을 주세요(Gives Me HopeㆍGMH)’란 사이트였다. GMH의 구성은 단순하다. 모든 콘텐츠는 이용자가 직ㆍ간접 체험한 감동적인 사연이다.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글이나 동영상도 있다. 누구든 여기에 답글을 남길 수 있다. 자신의 SNS계정에 공유할 수도 있다.

스파츠의 의도는 적중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이 홈페이지 누적 조횟수는 5억여 건으로 집계됐다. 16일 현재 사이트에 올라온 인기 콘텐츠 상위 5개 평균 조횟수는 263만건에 육박한다. 

▶미디어그룹 일군 스파츠, 월 방문자 1억명 목표…버즈피드와도 경쟁?=영향력 증대를 위해 바이럴을 강화하려는 스파츠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10년 1월 그는 큐레이션 형태 사이트 ‘OMG(Oh My God) Facts’를 열었다. “신이시여(Oh my god)”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을 모아놓은 홈페이지를 표방한다.

비슷한 시기 출범한 도즈닷컴(Dose.com)도 그의 작품이다. OMG Facts사이트보단 ‘덜 특이한’내용을 다룬 사이트다.

둘 다 모바일 기기 사용자에 초점을 맞춰다. 대문 페이지는 이미지와 동영상 위주로 짜여있다. 

이 뿐 아니다. 스파츠는 두 사이트에 바이럴 ‘예측기술(Predictive technology)’을 적용했다. 입소문을 많이 타 SNS에서 화제가 될 것 같은 콘텐츠를 선별하고, 형식 등도 SNS와 모바일기기에 최적화 하는 알고리즘이다. 

최근 1년 새 스파츠가 개설한 사이트들 방문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방문자 수가 2014년 월 평균 1200만 명에서 5000만 명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충성사용자 수가 1년여 새 4500만 명 증가했다.

자금도 상당하다. 스파츠는 2011년 첫 투자 150만달러를 유치한 후 지금까지 총 3450만달러(420억원)를 끌어모았다. 마지막 투자 2500만달러는 미국 유력신문 ‘시카고 트리뷴’을 품고 있던 트리뷴 미디어의 돈이다. 신문출판 분야를 떼 내고 스파츠를 품에 안은 셈이다.

스파츠는 올해 목표도 야심차다. 월 방문자 1억 명을 계획 중이다. 1년 전 2억 명을 넘긴 큐레이션 사이트 버즈피드와 경쟁하겠단 것.

그러나 문제도 있다. 저작권 침해다. 현지 전통매체 중 스파츠를 ‘콘텐츠 탈취자’라고 비판하는 곳이 적잖다. 

뉴스의 질도 지적 대상이다. 창간 48년을 맞은 뉴욕 현지 잡지 ‘NewYork’이 만든 인터넷 매체 ‘NYMAG.COM’은 지난해 말 “OMG Facts는 팩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factism@heraldcorp.com